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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영하 - 살인자의 기억법 (스포 O)

채잘채잘 2023. 2. 2. 01:23

나는 원래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한다.
어릴 때는 정말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이거는 내 나이에 알면 이상한 거 같긴 하던데...) 등 애니메이션도 많이 봤고,
책을 많이 읽었던 중학생 때도 추리소설을 주로 읽었던 듯 하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짐작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샀을까?
책이 꽤나 낡은 느낌이 들어서 이 책을 언제 샀나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2019년 초에 혼자 강릉으로 당일치기 여행 갔을 때 갔던 서점에서 샀던 것 같다.

4년이 지나고, 5년차가 되어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일 년 반 만에 펴낸 장편소설로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은퇴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해로 데뷔한 지 19년, 독보적인 스타일로 여전히 가장 젊은 작가라 불리는 저자의 이번 소설에서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모든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30년 동안 꾸준히 살인을 해오다 25년 전에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 알츠하이머에 걸린 70세의 그가 벌이는 고독한 싸움을 통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 체험에 대한 기록과 함께 인생이 던진 농담에 맞서는 모습을 담아냈다.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는 그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저자
김영하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3.07.25

 

책 이야기

소설 자체는 약 150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1-2시간 만에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중반부부터 약간의 의문을 심어주다가 후반부에는 정말...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소개 및 줄거리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싶은데 자꾸 뭔가 꼬여서 불렛으로 정리해보았다.

 

- 주인공 : 살인을 멈춘 지 20년 정도 된 연쇄살인마

- 상황 : 주인공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음과 동시에, 주인공의 딸(은희)을 새로운 연쇄살인마가 노리고 있다고 느낌. 주인공은 두 상황 모두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음.

 

결말

소설의 결말은 주인공이 감옥으로 가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이렇게 말하면 새로운 연쇄살인마를 죽이고 감옥에 간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아니다. 그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여러 가지의 상황들을 직시하고 있지 못한 것이었다.

그가 연쇄살인마라고 생각한 사람은 경찰이었으며, 딸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자신을 돌봐주던 요양보호사였다.

 

딸이라고 생각했던, 요양보호사를 죽인 그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되고,

그의 독백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잡담 더하기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책 앞부분을 뒤적뒤적하게 되었다.

그렇게 읽게 된 이유는... 필자, 즉 주인공이 말을 너무 손바닥 바꾸듯이 상황 묘사나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묘사를 계속 다르게 했다.

우리집 개라고 표현을 하다가, 나중에는 동네 떠돌이 개라고 하고, 갑자기 처음 보는 개라고 하고...

소설 속 상황을 필자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나에게, 설명을 이랬다 저랬다 해버리니까 무척 혼란스러웠다.

 

다 읽고 뒤에 해석부분까지 읽고나니, 그 부분들이 모두 이 필자에 대해 독자가 의심을 품게끔 만드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잘 읽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에 약간 뿌듯해진...^^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몇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큰 갈래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알츠하이머와 망각, 그리고 무지에 대한 무서움
  • 삶의 목표

 

알츠하이머와 망각, 그리고 무지에 대한 무서움

책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그려졌고 이에 이입하면서 읽었다.

읽으면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내가 기억이 없기에 모르기에 무슨 일을 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또, 기억이 왜곡된 채로 내가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모든 게 낯선 상황 속에서 나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나의 기억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본인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데, 인지하고 있는 수준과 실제 왜곡 수준이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났다.

나의 왜곡된 세상이 현실에 의해 부서졌을 때, 주인공은 혼란스러워한다.

 

아래 부분들을 보면서 망각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던 것 같다.

 

문득,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엇에 진 걸까.
그걸 모르겠다. 졌다는 느낌만 있다.

 

오이디푸스는 무지에서 망각으로, 망각에서 파멸로 진행했다.
나는 정확히 그 반대다.
파멸에서 망각으로, 망각에서 무지로, 순수한 무지의 상태로 이행할 것이다. 

 

평행우주로 보내진 것 같다.
이 우주에서 박주태는 경찰이고 안형사는 없고 나는 은희의 살해범이다.

 

나도 죽으면 좀비가 될까. 아니, 이미 돼 있는 건가.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결국 이 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알츠하이머의 무서움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술 먹고 다음날 일어났는데 필름이 끊겨있으면 정말 무섭다.

그런데 단 6시간도 아니고 나의 하루, 일주일, 한달이 끊겨 있다면 당연히 공포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는 단순히 망각에서 끝나지 않는다.

망각으로 인한 무지가 발생하고, 심한 경우 기억 왜곡까지 일으킨다.

여전히 생각이 많아지는 하나의 질문은, '왜곡된 삶에서의 삶 또한 의미가 있는가?'이다.

 

그 안에서 열심히 살아간다면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결국 허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알츠하이머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알츠하이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한 번쯤은 생각해보짐한 병인 것 같다.

하지만 뭐... 미리 무서워한다고 달라지나~ 미리 예방을 좀 잘해야 될 것 같다.

 

+) TMI

사실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왜냐면... 나는 이 소설 속 상황을 지금 주인공의 입장에서만 보던 중이었는데...!!!

안 그래도 뭔가 잘못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그래서 앞에 부분 계속 다시 봄)

잘못된 걸 알아도 내가 이 이야기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창구가 이 주인공의 발화 뿐이었다.

그래서 정보를 받아오는 채널의 중요성도 잠깐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충 정보를 얻는 창구의 신뢰도도 중요하구나~ 했다는 뜻)

 

 

삶의 목표

책을 통해 알츠하이머와 망각으로부터 오는 무서움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간접 체험을 했다.

그렇지만 그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러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굉장히 그 삶을 열심히 살았다는 점이다.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세이렌과 칼립소가 원했던 것은 오디세우스가 미래를 잊고 현재에 못박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끝까지 망각과 싸우며 귀환을 도모했다.
왜냐하면 현재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짐승의 삶으로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더는 인간이랄 수가 없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은 오디세우스를 떠올리면서, 자신 또한 박주태를 죽여야 한다는 목표를 잊지 말자는 다짐을 세운다.

동시에 망각하면 더는 인간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저 나에게 인상 깊고 지금 딱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의 삶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노인조차도 자신에게 남은 삶에 대해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데,

과연 나는 그러고 있는가에 대해서 조금 반성하게 되었다.

 

 

에필로그

읽다보니 알츠하이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떠올랐다.

이 드라마를 정주행하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곁눈질(?)로 봤을 때

극 중에서 김혜자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면서 겪은 이야기 같았다.

나중에 정주행해봐야겠다.

 

 
눈이 부시게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
시간
월, 화 오후 9:30 (2019-02-11~)
출연
김혜자, 한지민, 남주혁, 손호준, 안내상, 이정은, 김희원, 김가은, 송상은, 정영숙
채널
JTBC

 

아 그리고 영화로 나온 것도 봐야지!

 

다음 책은 어떤 책을 읽을지 도서관도 가보고 집에서 골라 읽기도 할 생각을 하고 있다.

기왕이면 인문학 관련된 책을 읽고 싶다.

왜냐면 직무 관련된 서적은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

파이팅!

 

출처 : 넷플릭스 (이미지 경로 : https://m.blog.naver.com/shyhjin/222980070058?isInf=true)